은퇴 준비를 할 때 현재 생활비만 기준으로 필요한 자금을 계산하면 실제 은퇴생활에서 돈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줄어듭니다. 은퇴 후 매달 25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도 10년이나 20년 뒤의 250만 원은 지금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해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4% 인출 규칙의 계산법과 한계를 이해하려면 매년 인출액을 물가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합니다.
물가상승률이란?
물가상승률은 일정 기간 동안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소비자가 구입하는 대표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시간에 따라 평균적으로 얼마나 변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설명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식품, 주거, 의류, 교통, 의료, 여가, 교육과 통신 등 다양한 생활비 항목이 포함됩니다.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격표의 숫자가 커진다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같은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줄어들어 돈의 구매력이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구매력이란?
구매력은 일정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100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몇 년 뒤에는 100만 원으로 모두 구입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3%로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현재 100만 원과 같은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약 10년 뒤에는 약 134만 원이 필요합니다.
약 20년 뒤에는 약 181만 원, 30년 뒤에는 약 243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매년 정확히 3%의 물가상승률이 계속된다는 가상의 계산입니다. 실제 물가상승률은 매년 달라지고 생활비 항목별 상승률도 서로 다릅니다.
물가가 은퇴 생활비에 미치는 영향
미래 생활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대략 계산할 수 있습니다.
미래 생활비 = 현재 생활비 × (1 + 예상 물가상승률)ⁿ
여기에서 n은 은퇴 시점까지 남은 연수 또는 생활비를 계산하려는 기간입니다.
현재 월생활비가 250만 원이고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하면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월생활비는 다음과 같이 달라집니다.
- 10년 뒤: 약 336만 원
- 20년 뒤: 약 452만 원
- 30년 뒤: 약 607만 원
현재의 월생활비만 단순히 은퇴 기간과 곱하면 장기간의 물가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계산은 미래의 정확한 생활비를 예측하는 공식이 아닙니다. 물가상승이 은퇴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가정입니다.
은퇴자가 물가상승에 더 취약한 이유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는 임금이나 사업소득이 물가에 따라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소득을 새롭게 늘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매달 같은 금액을 받는 고정 연금이나 이자소득에 의존한다면 상품 가격이 상승해도 소득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은퇴기간이 20년이나 30년 이상 지속되면 작은 물가상승률도 복리처럼 누적되어 생활비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의료비, 주거비와 돌봄비용은 은퇴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항목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빠르게 오르면 공식 물가상승률만 적용한 계획으로는 실제 비용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공식 물가상승률과 개인 물가상승률은 다를 수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많은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 변화를 측정합니다.
그러나 각 가정이 사용하는 생활비의 구성은 다릅니다.
주거비 부담이 큰 가정은 주거비 상승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치료나 약이 필요한 사람은 의료비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연료비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계획을 세울 때는 공식 물가상승률과 함께 자신의 지출 항목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은퇴 후 소득원을 정리하는 방법을 통해 물가에 따라 증가하는 소득과 금액이 고정된 소득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의 차이
투자자산이 증가했다고 해서 구매력도 같은 비율로 증가한 것은 아닙니다.
명목수익률은 계좌에 표시되는 수익률이고, 실질수익률은 명목수익률에서 물가상승의 영향을 반영한 수익률입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산의 명목수익률이 5%이고 물가상승률이 3%라면 구매력의 실질적인 증가는 단순하게 약 2%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세금과 수수료까지 발생하면 실제 구매력의 증가는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금이나 예금의 이자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낮다면 계좌의 금액이 줄지 않더라도 구매력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자산을 점검할 때는 계좌 잔액뿐 아니라 물가, 세금과 수수료를 반영한 실질적인 가치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노후 생활비의 구매력을 지키는 5가지 방법
1. 미래 생활비를 물가에 맞춰 계산한다
현재 생활비를 기준으로 10년, 20년과 30년 뒤 필요한 금액을 각각 계산합니다.
아직 전체 목표액을 정하지 않았다면 필요한 은퇴자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먼저 확인하고, 계산한 생활비에 물가상승 가정을 추가합니다.
물가상승률은 하나의 숫자로 확정하지 말고 낮은 경우, 보통인 경우와 높은 경우로 나누어 계산하면 계획의 변화를 확인하기 쉽습니다.
2. 물가에 따라 변하는 소득과 고정소득을 구분한다
공적연금이나 개인연금 중에는 물가나 제도에 따라 지급액이 조정되는 소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처음 정한 금액이 계속 지급되는 고정소득도 있습니다.
연금이라는 이름만 보고 물가가 자동으로 반영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공식 기관이나 계약서를 통해 지급액의 조정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고정소득의 비중이 높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족한 생활비가 증가할 가능성을 은퇴계획에 반영해야 합니다.
3. 가까운 생활비와 장기자금을 구분한다
가까운 시기에 사용할 생활비와 비상자금은 가격 변동이 큰 자산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수십 년 뒤에 사용할 돈까지 모두 현금으로 보유하면 장기간의 물가상승으로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단기 생활비의 안정성과 장기자금의 구매력 유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구분해 자산을 관리해야 합니다.
4. 자산의 실질수익률을 점검한다
은퇴자산의 수익률을 확인할 때는 명목수익률만 보지 말고 물가상승률, 세금과 수수료를 함께 확인합니다.
특정 자산이 항상 물가상승을 이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산마다 수익과 위험이 다르므로 개인의 은퇴기간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 가지 자산의 높은 수익률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자산의 역할과 위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생활비와 인출액을 매년 다시 계산한다
은퇴 전에는 적어도 매년 예상 생활비와 목표 은퇴자금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은퇴 후에는 실제 지출, 연금소득, 물가와 투자자산의 변화를 확인해 다음 해의 인출액을 결정합니다.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해서 모든 지출을 같은 비율로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필수지출과 선택지출을 구분하고 조정할 수 있는 항목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물가상승을 반영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첫째, 현재 생활비가 은퇴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전체 소비자물가와 자신의 생활비가 같은 비율로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셋째, 모든 연금소득이 물가에 따라 자동으로 증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넷째, 명목수익률만 보고 은퇴자산의 구매력이 증가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하지 않고 투자수익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의료비나 돌봄비용처럼 은퇴 후 증가할 수 있는 지출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곱째,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하나의 숫자로 확정해 계획을 다시 점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은퇴자금의 구매력 점검표
- 현재 필수 생활비와 선택 생활비를 구분했는가
- 미래 생활비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했는가
- 낮은 물가와 높은 물가 상황을 모두 계산했는가
- 연금소득의 물가 조정 조건을 확인했는가
- 의료비와 주거비를 별도로 점검했는가
-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을 구분했는가
- 세금과 투자 수수료를 반영했는가
- 매년 생활비와 인출액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가
은퇴자금은 금액보다 구매력이 중요합니다
은퇴계좌에 표시된 금액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물가가 상승하면 실제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 준비에서는 얼마를 모았는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그 돈이 미래에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현재 생활비를 기준으로 미래 비용을 추정하고, 물가에 따라 변하는 소득과 고정소득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후 실제 생활비, 물가와 자산 상태를 매년 점검해 저축액과 인출액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은퇴 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의료비를 어떻게 예상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금융교육을 위한 자료입니다. 미래 물가상승률이나 투자수익을 보장하거나 개인에게 적합한 투자전략을 제안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Consumer Price Index Frequently Asked Questions
U.S. Department of Labor, Report to Congress: Impact of Inflation on Retirement Savings
Investor.gov, Purchasing P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