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는 은퇴가 가까워졌을 때 시작하는 일이 아닙니다. 일을 하지 않거나 근로소득이 줄어든 이후에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소득과 자산의 구조를 미리 만드는 과정입니다.
은퇴까지 남은 시간이 길수록 적은 금액으로 시작하더라도 저축 기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준비 시기가 늦어질수록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매달 더 많은 금액을 저축하거나 은퇴 시기와 생활비 계획을 조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저축할 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은퇴 준비를 미룰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금액을 마련하는 것보다 현재 재무 상태를 확인하고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시작한 뒤 점차 늘리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은퇴 준비는 언제 시작해야 할까?
은퇴 준비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소득이 충분히 높아졌을 때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돈을 관리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 시점입니다.
일찍 시작하면 저축한 원금뿐 아니라 그 돈에서 발생한 수익이 다시 수익을 만드는 복리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수익은 확정되지 않으며 시장 상황, 투자상품, 수수료와 세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고금리 부채가 많거나 기본적인 비상자금이 없다면 모든 여유자금을 은퇴 투자에 넣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비상자금을 마련하고 연체 위험이 큰 부채를 관리하면서 은퇴 저축을 함께 시작하는 방식이 더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은퇴가 가까워졌더라도 준비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부족한 금액을 정확히 계산하면 저축액 증가, 은퇴 시기 조정, 생활비 축소와 추가 소득 마련 등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은퇴자금을 계산할 때 필요한 네 가지 숫자
필요한 은퇴자금을 계산하려면 먼저 다음 네 가지 숫자를 정해야 합니다.
- 일을 그만두거나 근로시간을 줄일 예상 나이
- 은퇴 후 생활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간
- 은퇴 후 필요한 월평균 생활비
- 연금 등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월평균 소득
이 숫자들은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기준으로 준비 방향을 정하고, 상황이 달라질 때 수정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1단계. 예상 은퇴 시기와 준비 기간을 정한다
먼저 몇 살부터 근로소득이 줄어들거나 일을 완전히 그만둘 것인지 예상해 봅니다.
은퇴 시기는 단순히 나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건강 상태, 직업의 특성, 가족 상황, 연금 수령 시기와 계속 일하고 싶은 기간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나이가 40세이고 65세부터 은퇴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준비 기간은 약 25년입니다. 같은 목표 금액이라도 준비 기간이 10년인 사람과 25년인 사람에게 필요한 월 저축액은 달라집니다.
예상보다 일찍 일을 그만두게 될 가능성과 계획보다 오래 생활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은퇴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계산하면 노후 후반에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2단계.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를 추정한다
은퇴 후에는 출퇴근비와 직장생활 관련 비용이 줄어들 수 있지만 모든 지출이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비, 돌봄 비용, 주거 수리비와 여가비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은퇴 생활비를 계산할 때는 다음 항목을 구분해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 주거비와 관리비
- 식비와 생활용품비
- 통신비와 교통비
- 보험료와 의료비
- 세금과 공과금
- 취미와 여행비
- 가족 지원 비용
- 주택과 자동차 수리비
- 예비비
현재 생활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려면 먼저 고정비와 변동비를 구분하는 방법을 활용해 은퇴 후에도 유지될 지출과 줄어들 지출을 나누어야 합니다.
현재 월급의 일정 비율을 은퇴 생활비로 정하는 방법도 참고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비율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주거비, 부채, 건강 상태와 원하는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길다면 물가 상승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월 250만 원으로 가능한 생활이 수십 년 후에도 같은 금액으로 가능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3단계. 은퇴 후 예상 소득을 계산한다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를 모두 개인 저축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은퇴 후에도 받을 수 있는 소득을 먼저 확인하면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부족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은퇴 소득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습니다.
- 공적연금
- 직장 퇴직연금
- 개인연금
- 연금보험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금융소득
- 임대소득
- 은퇴 후 근로소득
- 기타 정기적인 소득
연금 예상액은 막연하게 추측하지 말고 해당 기관이나 연금계좌에서 제공하는 예상 수령액을 확인해야 합니다.
예상 소득은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하기 전 금액인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인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연금 개시 시기와 수령 방법에 따라 월 수령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대소득이나 투자수익처럼 변동 가능성이 있는 소득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계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은퇴 계획은 수익이 가장 좋았을 때보다 보수적인 상황에서도 유지될 수 있어야 합니다.
4단계. 매월 부족한 금액을 계산한다
은퇴 후 예상 생활비에서 예상되는 정기소득을 빼면 개인 자산으로 충당해야 할 월 부족액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월 부족액 = 은퇴 후 월 생활비 – 은퇴 후 예상 월 소득
예를 들어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가 월 250만 원이고 연금과 기타 정기소득으로 월 150만 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월 부족액은 100만 원입니다.
은퇴 기간을 25년으로 가정하면 단순 계산한 부족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100만 원 × 12개월 × 25년 = 3억 원
그러나 3억 원을 최종 은퇴 목표액으로 그대로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 계산에는 물가 상승, 투자수익, 세금, 수수료, 의료비 증가와 예상보다 긴 수명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은퇴 후 자산을 투자하면서 일부 수익을 얻는다면 단순 합계보다 적은 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 수익률은 보장되지 않으므로 한 가지 수익률만 적용하기보다 보수적·중간·낙관적 상황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5단계. 현재 자산과 부채를 확인한다
목표 은퇴자금을 계산했다면 현재 출발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보유한 예금, 투자자산과 연금자산뿐 아니라 은퇴 전에 갚아야 할 부채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순자산을 계산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실제 재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순자산을 은퇴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거주하는 주택, 생활에 필요한 자동차와 단기간에 처분하기 어려운 자산은 은퇴 생활비로 바로 사용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산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은퇴 전에도 사용할 생활자산
- 필요할 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융자산
- 연금 형태로 받을 은퇴자산
- 은퇴 전까지 갚아야 할 부채
특히 금리가 높은 부채가 은퇴 후까지 남아 있으면 매달 필요한 생활비가 커집니다. 은퇴 저축액을 늘리는 것과 함께 부채의 상환 시기도 계획해야 합니다.
6단계. 월 저축액을 정하고 자동화한다
목표 금액과 준비 기간, 현재 보유한 은퇴자산을 확인했다면 앞으로 매달 저축해야 할 금액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월 저축액은 목표 금액만 보고 무리하게 정하기보다 현재 현금흐름 안에서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적은 금액이라도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소득이 늘거나 부채가 줄었을 때 저축액을 높이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직장에서 퇴직연금이나 고용주 지원 제도를 제공한다면 가입 조건, 회사 지원금, 수수료와 투자 방법을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와 제도에 따라 세금 혜택과 중도 인출 조건이 다르므로 자신의 연금제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길다고 해서 지나치게 높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은퇴가 가까워졌다고 모든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것도 물가 상승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투자 비중은 다음 조건을 함께 고려해 정해야 합니다.
- 은퇴까지 남은 기간
- 투자 가격이 하락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범위
- 소득의 안정성
- 보유한 부채
- 연금과 기타 확정소득
- 필요한 현금성 자산
특정 상품 하나에 은퇴자금을 집중하기보다 자산을 분산하고 수수료가 장기간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해야 합니다.
은퇴 준비를 일찍 시작하면 좋은 이유
은퇴 준비에서 시간은 저축액만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찍 시작하면 같은 목표를 위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저축액을 낮출 수 있고, 투자한 자금이 장기간 성장할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이 하락했을 때 회복을 기다릴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며, 소득이 늘어날 때마다 저축액을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찍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은퇴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축을 중단하거나 은퇴자금을 반복해서 인출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방치하면 장기간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은퇴 준비가 늦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준비가 늦었다면 막연한 불안보다 현재 부족액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은퇴자금 부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매월 은퇴 저축액을 늘린다.
- 소득이 늘어날 때 증가분 일부를 저축한다.
- 은퇴 시기를 조정해 준비 기간을 늘린다.
- 은퇴 후 가능한 범위에서 일을 계속한다.
- 은퇴 후 예상 생활비를 조정한다.
- 고금리 부채를 은퇴 전에 줄인다.
- 사용하지 않는 자산을 정리한다.
- 연금 수령 시기와 방법을 다시 검토한다.
한 가지 방법만으로 부족액을 모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여러 방법을 함께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은퇴 시기를 조금 늦추면 저축할 수 있는 기간은 늘어나고, 은퇴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기간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월 저축액 증가와 생활비 조정을 함께 적용하면 부족액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은퇴 준비에서 자주 하는 실수
필요한 금액을 계산하지 않고 저축하는 것
목표 금액과 준비 기간을 모르면 현재 저축액이 충분한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은퇴하면 모든 지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직장 관련 지출은 감소할 수 있지만 의료비와 주거 관리비 등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공적연금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정하는 것
공적연금은 중요한 소득원이지만 실제 생활비와의 차이는 개인 저축과 다른 소득으로 보완해야 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투자수익률을 가정하는 것
낙관적인 수익률만 적용하면 필요한 저축액을 실제보다 적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은퇴자금을 생활비로 반복해서 인출하는 것
은퇴 전에 자금을 인출하면 원금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수 있었던 수익도 줄어듭니다. 제도에 따라 세금이나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계획을 한 번 세운 뒤 수정하지 않는 것
소득, 지출, 가족 상황, 건강과 시장 환경이 변하면 은퇴 계획도 함께 조정해야 합니다.
은퇴 준비 점검표
- 예상 은퇴 나이와 준비 기간을 정했는가?
- 은퇴 후 필요한 월 생활비를 항목별로 계산했는가?
-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의 예상 수령액을 확인했는가?
- 은퇴 후 월 부족액을 계산했는가?
- 현재 은퇴자산과 부채를 구분했는가?
- 지속할 수 있는 월 저축액을 정했는가?
- 저축이나 투자를 자동화했는가?
- 물가 상승, 세금, 수수료와 의료비를 고려했는가?
- 투자 위험과 자산 배분을 이해하고 있는가?
- 매년 계획을 점검할 날짜를 정했는가?
은퇴 준비는 미래의 정확한 금액을 맞히는 작업이 아닙니다.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생활비와 예상 소득의 차이를 계산하고,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처음 계산한 목표 금액이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축을 일찍 시작하고, 부채를 줄이며, 소득이 늘어날 때마다 저축액을 조정하면 준비 방향은 점차 나아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능한 금액으로 시작하고,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계획을 다시 계산하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U.S. Department of Labor, Top 10 Ways to Prepare for Retirement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Planning for Retirement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avings Goal Calculator